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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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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놓아진 풍경

수놓아진 풍경

아원 我園, 모두의 정원.

산과 구름이 풍경을 넘어 시야 가득 번져오는 경험.
사람의 뜻과 자연이 만나 이룬 아원고택을 기록합니다. 


01.

오래된 집과 정원


경남 진주와 전북 정읍, 전남 함평.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온
네 채의 한옥이 아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두운 입구를 지나면 단정한 정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매일 빗질한 듯 다듬어진 흙,
길목마다 반기는 소나무와 꽃나무,
시선이 닿는 곳에 띄워진 작은 꽃잎들.

잠시 안채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깊게 갈라진 나무의 결,
세월을 머금은 글씨를 보며 200여 년의 시간을 더듬어봅니다.





그리고 서서히,
정원의 물 위에 비친 나무와 구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02.

산의 움직임


물 위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 고개를 들면, 
먼 풍경이었던 산이 점차 가깝게 다가옵니다.

햇빛을 머금은 옅은 운무가 산허리에서 아른거리다가,
커다란 구름이 지나면 순식간에 빛이 걷히고
구름의 그림자가 산 위를 천천히 흘러갑니다. 
마루에 앉아도, 방 안에서 창을 열어도 언제나 산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의 기둥은 시야에서 흐려지고, 산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기와 역시 점차 보이지 않고, 구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산과 하늘 사이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큰 풍경 앞에서 느낀 것은 압도감보다는 안온함에 가까웠습니다. 커다란 보자기에 감싸인 듯 푹신한 감각. 산을 발끝에 두고 누워, 방 안까지 들어온 풍경을 이불 삼아 잠이 듭니다.





03.

사람의 바람


아원을 찾았다면 한 번쯤 오래 바라보게 되는 풍경이 있습니다.
천지인 앞의 수경입니다.



정원의 끝머리에 얕은 물이 이어지고, 그 끝에는 달항아리 한 점이 놓여 있습니다. 종남산은 그 모습에 대답하듯 맞은편에 자리합니다.

바람이 불면 얕은 물 위에 잔물결이 일고, 그 위로 온전히 비친 산의 그림자가 흔들립니다. 자연과 사람이 만든 것의 경계가 흐려질 때쯤, 이 풍경 뒤에 놓인 사람의 뜻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사람이 그려둔 작은 질서 위로 산과 구름, 빛과 바람이 드나들며,
서로에게 없던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나가며

40여 년 전, 한 사람은 종남산을 바라보며 이 땅에 마음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15년에 걸쳐 서로 다른 곳에 있던 네 채의 한옥을 한 채씩 옮겨왔습니다.

그에게 그 긴 기다림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묻자,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보고만 있어도 좋은데, 그 시간이 왜 힘드냐고 되물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산,
그리고 그 산을 바라본 사람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풍경.

아원 我園, 모두의 정원.
잠시 이 풍경을 자신의 정원처럼 바라보아도 좋겠습니다.


아원 我園, 모두의 정원.

산과 구름이 풍경을 넘어 시야 가득 번져오는 경험.
사람의 뜻과 자연이 만나 이룬 아원고택을 기록합니다. 


01.

오래된 집과 정원


경남 진주와 전북 정읍, 전남 함평.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온
네 채의 한옥이 아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두운 입구를 지나면 단정한 정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매일 빗질한 듯 다듬어진 흙,
길목마다 반기는 소나무와 꽃나무,
시선이 닿는 곳에 띄워진 작은 꽃잎들.

잠시 안채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깊게 갈라진 나무의 결,
세월을 머금은 글씨를 보며 200여 년의 시간을 더듬어봅니다.





그리고 서서히,
정원의 물 위에 비친 나무와 구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02.

산의 움직임


물 위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 고개를 들면, 
먼 풍경이었던 산이 점차 가깝게 다가옵니다.

햇빛을 머금은 옅은 운무가 산허리에서 아른거리다가,
커다란 구름이 지나면 순식간에 빛이 걷히고
구름의 그림자가 산 위를 천천히 흘러갑니다. 
마루에 앉아도, 방 안에서 창을 열어도 언제나 산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의 기둥은 시야에서 흐려지고, 산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기와 역시 점차 보이지 않고, 구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산과 하늘 사이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큰 풍경 앞에서 느낀 것은 압도감보다는 안온함에 가까웠습니다. 커다란 보자기에 감싸인 듯 푹신한 감각. 산을 발끝에 두고 누워, 방 안까지 들어온 풍경을 이불 삼아 잠이 듭니다.





03.

사람의 바람


아원을 찾았다면 한 번쯤 오래 바라보게 되는 풍경이 있습니다.
천지인 앞의 수경입니다.



정원의 끝머리에 얕은 물이 이어지고, 그 끝에는 달항아리 한 점이 놓여 있습니다. 종남산은 그 모습에 대답하듯 맞은편에 자리합니다.

바람이 불면 얕은 물 위에 잔물결이 일고, 그 위로 온전히 비친 산의 그림자가 흔들립니다. 자연과 사람이 만든 것의 경계가 흐려질 때쯤, 이 풍경 뒤에 놓인 사람의 뜻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사람이 그려둔 작은 질서 위로 산과 구름, 빛과 바람이 드나들며,
서로에게 없던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나가며

40여 년 전, 한 사람은 종남산을 바라보며 이 땅에 마음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15년에 걸쳐 서로 다른 곳에 있던 네 채의 한옥을 한 채씩 옮겨왔습니다.

그에게 그 긴 기다림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묻자, 오히려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보고만 있어도 좋은데, 그 시간이 왜 힘드냐고 되물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산,
그리고 그 산을 바라본 사람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풍경.

아원 我園, 모두의 정원.
잠시 이 풍경을 자신의 정원처럼 바라보아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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